이 글에서 얻어가는 정보
- 무라카미하루키 책을 안 본 사람도 갈 수 있다. 왜냐면 어짜피 일본 책밖에 없거든..
- 역시 밴드의 나라라서 그런지 명문 대학교의 밴드 동아리인데 수준이 매우 높아서 놀람
비 오는 도쿄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엔 좀 힘들었는데, 그 덕분에 의외로 분위기 좋은 곳을 발견했음.
바로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
원래 정식 이름은 와세다대 국제문학관인데, 사람들은 그냥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이라고 많이 부름. 도쿄여행 중 하루키 팬이라면 꼭 들러보고 싶을 만한 공간이었음.
이곳은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반가울 만한 자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무라카미하루키 관련 서적과 아카이브가 꽤 잘 정리돼 있다.
도쿄여행 루트 짜면서 미술관이나 도서관 들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날은 일부러 와세다대학 근처까지 와봤는데 날씨랑 잘 맞아떨어졌음.
비 오는 날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랑 하루키 도서관의 잔잔한 기운이 찰떡궁합이었달까.
박물관 같은 곳은 아니기에 따로 입장권을 받거나 예약하는 곳은 아니다.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 & 갤러리
역에서 천천히 걸어서 와세다대학 안으로 들어가면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이 있다.
가는 길동안 학관들을 볼 수 있는데, 유럽이나 동남아, 중국의 대학교는 가봤어도 일본의 대학교는 와본적이 없었기에 좀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와세다대학 캠퍼스도 한 바퀴 돌아봤다. 이미 강의가 진행중이기도 했고, 교내 도서관 같은 곳에서 열심히 과제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대학이 꽤 커서 산책하듯 걷기에 좋았고, 건물 하나하나가 오래된 일본 대학 특유의 분위기를 풍겨서 보는 재미가 있었음.
특히 교정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좋았다. 이날은 분명 주말인데도 시험기간인건지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도쿄여행 중 관광지만 도는 게 아니라 이런 현지 대학 구경하는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음.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은 학교 건물들 사이에서 독특한 입구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눈에 띄게 보인다.


아래 보이는 입구는 무라카미하루키 책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고,
아래층에는 카페가 있어서 학생들이나 도서관을 방문한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 장소였다.


윗층에서는 갤러리 전시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방문객들을 위해 열려있는 공간이다보니 같이 보고 왔다.

안쪽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조용하게 둘러보기엔 충분했다.
책장 빼곡히 꽂혀 있는 일본어 원서들 사이에서 하루키의 세계관을 조금은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었달까.
이 공간에서는 책상도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잘 되어있어있다.
굳이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을 관광 목적으로 올 필요 없이 책을 잠깐 읽기 위한 공간으로도 방문하기 좋을 것 같다.


마침 갤러리 전시도 같이 하고 있어서 그림까지 볼 수 있었는데, 일본 특유의 귀엽고 살짝 하찮은(?) 느낌의 그림체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음.
처음 보는 일본 작가님이었지만 좀 신박했다.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 내 카페, 우연히 재즈공연
도서관 1층 아래에는 와세다대학 내 카페가 있었음. 학생들로 북적이지는 않았고, 비 오는 날 분위기 때문인지 꽤 여유로웠음.


커피 가격도 도쿄 시내 다른 카페들에 비하면 확실히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음. 도서관을 구경하고 나서 딱 커피 한잔 하니까 여유로운 캠퍼스 라이프를 잠깐이나마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실제 무라카미하루키의 작업실을 그대로 구현해놓은 공간이 있다.
단순하지만 깔끔한 느낌의 작업실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것.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게, 오후 두 시쯤 갔더니 학교 밴드 동아리 학생들이 재즈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냥 연습 정도겠거니 했는데, 솔직히 수준급이라 깜짝 놀랐음. 악기 소리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연주하는데, 빗소리랑 어우러져서 너무 분위기가 좋았다.
공연 따로 보러 간 건 아니었는데 여행 중 이런 우연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도쿄여행에서 의도치 않은 힐링 포인트를 찾은 느낌!

위에 갤러리에서 운영하던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림책도 카페에서 몇 권 판매하길래 하나 사왔음.
여행 다녀와서 책장에 꽂아두니까 기념품 느낌 제대로 남 (대신 일본 그림책이라 번역해서 봐야함..)

비 오는 날씨 덕분에 도쿄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고, 와세다대학 학생들의 재즈 공연까지 덤으로 얻은 하루였다.
하루키 팬이라면 꼭 가볼 만한 가치가 있고, 아니더라도 캠퍼스 분위기랑 카페, 전시, 공연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라 도쿄여행 코스로 가볼만 한 것 같다. 나는 2박 3일의 코스였는데도 굳이 간 건, 책을 좋아하는 일행이 있어서 간거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